지금도 몇번이나 생각해보고 있다. 

중학교 시절 계열에 관해 아무생각이 없던 나에게 그래도 한번은 생각해보라고 충고해줄수 있는 사람이 있었더라면, 하고.


"이과라는게..."


아마 이랬던것 같다. 부모님도 모든 이과생이었고, 경험해보지 않아도 이과가 내게 맞을거라는 예상을 했었다. 

학원을 오래다녔고 선행도 누구보다 빨랐기에, 당연히 나는 수학, 과학에도 자신있었다. 물론, 내게 적성이 맞다고도 생각했었다. 


나이가 들면서, 계속 생각을 해봐도 이과생으로써 하고 싶은 직업이 없다. 나는 물리, 화학을 잘하지도 못하고(물론 생각하거나 배우는것은 좋아한다.) 그렇다고 다른 공과계열에 종사하고 싶은 마음조차 없다. 가족들은 내가 아직어려서, 해보지 않아서 그런것이라고 했다. 이 길로 계속 나아간다 하더라도 내가 잘해나갈 자신이 있을까? 나는 문뜩 그런 생각이 든다. 내가 좋아하는 일과 전혀다른 일을 하면서 과연 최고의 사람이 될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말이다.


고등학교 3학년에 올라오면서 생각을 굳힌 나는 담임선생님께 찾아가 물었다. 


"문과게열에 교차지원하는거는...." 


물론 선생님 반응은 매우 안 좋았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사실은 계속 마음이 안 좋았다. 마치 이상과 현실에 괴리감이 다가와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이미 바야흐로 4월을 넘어가고 있다. 나는 이곳저곳 방향도 찾지 못한채 목적 없는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뒤쳐지지 않기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엄마가 철학관에 다녀올때마다 항상 어떤곳이던 나는 어떤 직업이던 다 잘할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나도 내게 가치관과 소신이 있는한 어려운 상황을 잘 이겨낼거라는 믿음은 있다. 


엄마가 제안한 직업은 교사, 간호사등이 있지만 하나같이 어느지점에 머무르게 되는 직업이다.-좋게 말하면 안정적인 직업이다-. 변화하는 산업의 시대에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것은 물론 당연한 결과겠지만, 도태되는듯한 느낌이 드는것은 과연 나뿐인가? 더 새로운것을 할수 있는 기회를 버리고 안정적인 현실과 마주하는 것이 과연 잘하는 일일까? 문뜩 이런 생각이든다. 


얼마전 학교에 영어선생님깨서 외국으로 떠나신다는 말을 들었을때, 나름 현실주의자였던 나는 왜?라는 생각을 떨칠수가 없었다. 

누군가는 무언가를 찾아떠날때 우리는 이곳에 남아있는것이 과연 더 좋은일일까? 


정답은 알수없다이다. 

우리는 아무도 미래에 발생할 일을 예측하지 못한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에도 그렇다.


나는 사실 누군가와 결혼해서 아름다운가정을 꿈꾸는것과 세계로 나아가는것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후자다. 

나는 타인과 결혼할 생각도 아직 없거니와, 내가 어떤 가정을 차린다고 해도 그 가정이 항상 순탄하다는 보장조차 없으며, 

나는 그 선택으로 인해 가족에 관한 일까지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한다. 


그리고 이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런데도 대체 왜 전자를 선택하는 이가 많을걸까? 


외로움. 그렇구나. 바로 외로움 때문이다. 


아무리 혼자 살아간들, 반려동물을 키운들, 인간에게 내재된 외로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타인에게 사랑 받고자하는 근원적 고독감. 

나는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깊은 고독을 가지고 있다. 많은사람들이 그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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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그라운드(1)  (0) 2016.04.04

점심이 지나도록 내내 비가 오고 있었다.   집에 혼자 있자니 막상 하고 싶은게 많다가도 할게 없었다. 딱히 하고싶은게 없다고 어느순간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일상은 항상 피곤함에 물들어있었고, 새학교로 전학하면서부터 피로감은 더했다. 새친구를 사귀어야하고, 이미 만들어진 규율과 체계와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앉는다는것은 여간 쉬운일이 아니다. 


그날도, 이렇게 비가 왔었지,하며 생각에 잠긴다. 여전히 예전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 채로 계속 생각을 억지로 덮어 씌워봐야  소용없는 일이었다.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나로써도 그 일에 대해 기억해내는 것을 언제나 꺼려했다. 그 일에 관한 기억의 열쇠는 마치 바닷가에 내버려 두고 온듯, 모래사장에 조용히 묻혀있을 터였다.


" 슈퍼에 옆집 아줌마 왔던데 진짜 인상이 무서웠어. "  


심부름을 갔다온 내 동생이 열변을 토로했다. 


" 그래도 그 슈퍼에서 파는거 품질은 좋아. " 


그렇다. 아무리 편견을 버리라고 말하지만 사람들은 어쩔수가 없는것이다. 편견같은것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보이는 것을 판단하는것의 문제니까.   그때도 처음 그 애를 만났을때는 그랬다. 어딘가 촌스런 옷을 입고 다닌다고 생각했다. 학원선생님의 딸이 아니었다면 나는 친하게 지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내가 그 애와 이야기를 나누고,수업을 함께 듣고, 내가 한참 많은 일들을 겪고 난 후에야 그 애가 받았던 많은 상처들, 동생들을 지키기위한 그 애의 노력, 그리고 선생님이자 아버지로 그 애에게 가해진 폭력과 기정사실을 비로소야  알수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세상사람들은 대부분 잘 먹고 살고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텔레비젼에 나올만큼의 일을 겪는다고 생각하고있었다. 현실과 마주하고, 주변과 마주한순간의 충격은 지금도 가시질 않는다.


 문뜩, 가끔씩 그애가 떠오른다.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오늘은 선생님이 집에 돌아와 난장판을 치지는 않았을까하면서도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닌것같아 기억속에서 잊으려고 저만치 바닥의 깊숙한 심연에 묻어둔다.


  내 주변에 그런일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본 적도 ,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나였다.  그렇게 그냥 전학을 와버린 나로써는 해결해줄수도 없는 문제이거니와,머릿속에서 빨리 지워야하는 일이었다.


" 아까 엄마가 약 먹으라고 했디, 니 약먹었나? "


" 먹었다!!"  


내가 대답했다.  


이상하게도 수많은 일이 일어났던 고등학교 1학년을 지나, 스스로도 성숙해짐을 느꼈다. 달라진 고등학교와 주변환경, 어쩌면 내가 너무 풍족하게 살았다고 느끼게 되는 환경속에서.  


일반계 고등학교를 다니다가 자사고로 전학한 나는 초반 굉장한 부담감에 빠져있었다. 자사고라는 타이틀, 그 부담이 나를 다시한번 내리 누르고 있었다. 내가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최고조에 달아 있었다. 그때쯤 사촌오빠가 중학교를 중퇴하면서 검정고시를 치고 수능을 볼꺼라는 말을 전해들었다. 잘해야한다는 마음에, 나는 당연히 성공할 수 있을거라고 자신하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드는 불안감.  한 겨울에 피어오르는 입기처럼, 프림이 퍼지듯 피어올랐다.  당연히 할 수 있을거라 자신하던 나는 어느샌가 중학교 속에서 멈춰있었다. 고등학교에 와서 가장 달라진 점은 내가 밑에서 어느 정도인지, 그 정도를 알게되었다는것. 내 자신에 대해서 한없이 겸손해지는방법을 알게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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